<p></p><br /><br />흔히 보는 주사위지만, 이런 정교한 형태는 불과 100-200년 전부터였습니다.<br><br>오래 전 동물 뼈 주사위는 특정한 면이 많이 나와 공정을 기하기 어려웠죠.<br><br>근대의 주사위도 완벽하게 공정하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.<br><br>이렇게 주사위조차도 공정함을 얻으려는 노력을 우리는 계속해 왔습니다.<br><br>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해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.<br><br>독점하지 말아라, 부당 내부거래 하지 말아라, 하청업체 공정하게 대하라.<br><br>이런 걸 어길 땐 조사하고, 과징금 매기고 검찰에 고발하는 막강한 칼을 지닌 곳입니다.<br><br>그래서 경제검찰로 통했습니다.<br><br>최근 공개된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들었다는 비밀장부를 보면 허탈합니다.<br><br>고령의 퇴직자를 대기업에 떠맡긴 뒤 <은퇴 후 3년>을 안락하게 보내도록 만든 문서가 나왔습니다.<br><br>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1년차 연봉은 1억9000만 원, 2년차 연봉은 2억9000만 원 이런 식으로 연차별로 연봉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짜서 대기업에 내밀었습니다.<br><br><출근 안 해도 된다>는 조건까지 붙여 연봉 2억 원을 받도록 한 일도 있습니다.<br><br>자녀의 취업을 요구하기도 했죠.<br><br>대기업은 거절하지 못했습니다.<br><br>영화 ‘부당거래’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.<br><br>“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”<br><br>국민에게서 위임받은 막강한 권력을 누리다 보니, 이쯤은 당연한 권리로 생각했던 걸까요?<br><br>게다가 부당한 일들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습니다. 대기업에게 평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공정위 소속 공직자 어느 한 명도 내부고발의 휘슬을 분 적이 없습니다.<br><br>공정거래위원회에 붙은‘공정’이란 말이 민망할 정돕니다. 다음주면 공정거래위원회의 힘을 분산시키는 개편안이 발표됩니다. <br><br>“주사위의 변신만도 못했다”<br>“차라리 부당거래위원회 아닌가”<br><br>이런 비난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때가 왔습니다.<br><br>그래픽 : 안슬기, 이수정<br>연출 : 황진선